says2014.12.31 18:03

 지난 2007년 5월의 일이었다. 난 소니의 슬림형 디카인 DSC-T1을 들고 남원의 한 시골 기차역을 방문했었다. 열심히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진이 까맣게 찍히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여 배터리를 뺐다가 다시 넣고, 메모리도 다시 뺐다 집어넣고, 별의 별 수를 다 썼는데 액정이 새까맣게 나왔다. 잠시 껐다가 다시 켜서 셔터를 눌렀더니 사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나온 것이었다. "아... 일났구나. 센서 나간건가?" 나중에 알아보니 카메라에 있어 디지털 필름이라 할 수 있는 CCD 센서가 사망한 것이었다. 여기에, 이 T1은 스티커 방식의 제품 번호가 사라져 A/S가 불가능했다. 결국 이 카메라는 부품용으로 처분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소니 디카는 두번 다시 제값주고 사용한 적이 없다. ㄷㄷㄷ 지금이야 소니 카메라들은 품질이나 성능이 확 좋아졌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작년 가을에 난 부품용 카메라더미들을 구해 분해결합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캐논 A70을 검색하게 되었고, 2005~2006년 사이에 있었던 불량 CCD 파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2005년 가을, 당시 여러 카메라 제조사들은 일부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 모델들에 대한 서비스 고지를 새로 띄웠다. CCD 결함에 대한 사후 고객 워런티 정책에 대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서너개의 모델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마치 전염병처럼 다반사로 퍼졌던 것이었다. 이듬해인 2006년엔 추가로 CCD 결함이 확인된 모델들에 대한 워런티 안내가 있었다. 이들에 대한 개인적인 코멘트를 밑에 몇줄 추가하였다.





[들어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 배터리를 새로 넣었는데 카메라 액정이 안 나온다?

→ PLAY 버튼이나 모드 다이얼을 사용하여 액정화면에 아이콘이 몇 개 보인다면 액정은 절대 죄가 없고, 이미지 센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대개 중고장터 사이트나 카페에 부품용 디카라고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면 일단 구입을 권장하지 않는다. 자가수리하겠다고 샀다가 이도 저도 아닌 골칫덩어리를 둘씩이나 안게 된다. (내가 그랬다 -_-;;)



※ 렌즈는 멀쩡한데 사진이 까맣게 나온다?

→ 배선 문제가 있거나, 이미지 센서 문제거나. 둘 중 하나다. 모르겠다면 센터에 들고 나가는 게 좋다. 만약 해당 부품용을 자가수리 목적으로 구입하려 한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을 권한다.



※ 사진이 찍히긴 한데 색이 이상하게 왜곡되거나 수채화마냥 화상, 물체가 일그러져 나온다?

→ 이미지 센서 사망. 필름카메라로 따지면 필름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 저런 때 필카야 필름을 갈아끼우면 그만이지만 디카는 이걸로 촬영기기으로서의 생명은 끝. a/s센터에서 센서를 구해 수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저 밑의 리스트들은 전부 나온 지 10년은 족히 되는 근대문화유산들이라... 안 될거야 아마...





* 다시 말하지만, 오래 전의 사건이다! 지금 나오는 디카들과는 상관관계가 없고, 센서 제조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여 결함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아도 될 정도다.

* 예의상 제조사 이름은 알파벳 철자로 처리한다.

* 한 번이라도 사용해본 기종에 대해선 밑줄+볼드 처리하였다.




[C사]


* PowerShot A40, A60, A70, A75, A80, A85, A95, A300, A310, S60

* PowerShot S1 IS

* DIGITAL IXUS V2, V3, II, IIs, 330, 400, 430, 500



 하자의 유무를 떠나 출시된 지 10년 정도 된 디카들이니 당연히 현 시점에서 개채수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시절 디카의 정석으로 불리며 인기를 누리던 파워샷 A시리즈 초기 모델들이 더더욱 쉽게 보기 힘들어진 건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나중에 저들 중 일부를 중고로 구하려고 했다가 매물 구하기가 워낙 힘들기에 이상하게 여긴 적이 있었다. 있어도 죄다 부품용이었고..) 참고로 캐논코리아에선 문제 발견 직후 내수, 정품 상관없이 CCD 무상교체 서비스를 일정 기간 제공하였다.




[F사]

* FinePix A303, F410, F700, S2Pro


 이 회사는 자체적인 이미지 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저기서 A303을 제외하면 자체 설계 센서가 적용된 모델이다)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에 독특한 이미징 철학을 만들었고, 매니아들을 다수 확보하여 지금도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카메라 제조사가 되었다.


 저기서 특이사항이 있다면 DSLR 중 몇 안되는 CCD 결함의 불명예를 안았던 녀석이 하나 있다. 바로 파인픽스 S2Pro... 한국 수입업체(지금은 일본 본사 직영 법인에서 관할)에서도 이 때문에 한동안 CCD 무상교체를 해주다가 점점 벅찼는지 결국 사상 초유의 보상매입/판매라는 초강수를 두었고 그 결과 많은 수의 S2Pro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럼에도 S2Pro는 CCD 수리를 거친 바디들이 소수 남아, 지금도 F사 매니아들의 단짝이 되어주고 있다.




[M사]

* Dimage A1, 7, 7Hi, Xi, Xt, X20, S414, F300


 카메라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이 회사는 한 때 카메라 부문에 있어선 혁신이란 태그네임을 끝까지 달고 다녔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그런 회사도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만큼은 어쩔 수 없었던 걸까. 명기로 취급받던 Xt와 F300이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특히 Xt는 중학생 시절 갖고 싶었던 녀석이라 더더욱 안타깝다.) 더군다나 이 업체가 2006년 카메라 사업을 청산하면서 서비스를 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아예 고장난 것들을 구해 자가수리를 하여 쓴 분도 적지 않게 계셨다고...




[K사]

* Finecam S3L, S5, S5R, M400R, M410R, SL400R

* Contax Tvs-D


 이 회사 역시 카메라 사업부를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그나마 일부 기종에 한해 2015년 봄까지 서비스를 해주는 대인배 정신을 발휘한 게 대단할 따름... P&S의 명기로 꼽히는 Tvs-D가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여담으로 저 리스트에는 없지만 K사 최초이자 최후의 DSLR 모델이었던 Contax ND 역시... 발색능력에 있어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음에도 허약한 CCD로 개채수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제 우리나라엔 현역 모델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P사] - LUMIX DMC-LC1


 묵직하고 남자다운 디자인이라 역시 탐내던 녀석. 그런데 이것도 센서 파동을 피하지 못했다... 참고로 M형 RF카메라로 유명한 L사의 Digilux 2 역시 베이스 설계를 공유해서 그런지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업체는 이제 이미지 센서를 독자적으로 찍어낼 수 있다. 마이크로 포서드의 듬직한 쌍두마차.)




[N사] - Coolpix 3100, 3500, 4500, 5000, 5400, 5700, SQ


 디지털 카메라 보급 시기에 무쌍모드로 치고 나갔던 이 회사도 예외는 없었다. 하이엔드 명기 중 하나던 4500, 5000, 5400이 들어있는 게 안타깝다. 참고로 저 당시 우리나라에선 정식수입 제품에 한하여 CCD교체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내수는 수리 거부. 해서 사설수리점으로 가던지.. 혹은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이제 N사 한국법인에서는 내수제품도 수리비를 더 받는 조건으로 A/S를 해준다고 한다. 그래도 광주서구 A/S센터는 내수가 어쩌니 하고 궁시렁대겠지...)



[O사] - CAMEDIA C-5050 Zoom, C-730 Ultra Zoom


[P사] - Optio 330RS, 330GS, 33L, 43WR, 550, 555


[R사] - Caplio RR30, RR300G, G3, G3 Model M, G3 Model S, Pro G3, G4, G4 wide, 400G wide, RX



 이들은 아는 게 없고 기술 문서에 있는대로 기재해서 코멘트 생략. 진짜 충격과 공포는 따로 있다.




[S사]


* DSC-F88, F717

* DSC-M1

* DSC-P2, P7, P8, P10, P12, P31, P32, P51, P52, P71, P72, P92

* DSC-U10, U20, U30, U40, U50, U60

* DSC-T1, T11, T3, T33

* DSC-V1

* MVC-CD250, 400, 500

* MVC-FD100, 200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오래 전부터 S사는 전 세계의 디지털 카메라 혹은 휴대전화 제조사에 디지털 이미지 센서를 제공해왔다. 이 기업의 자존심에 치명타를 남긴 흑역사가 저 당시에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노트북 파동이었고 다른 하나가 이 디카 파동이었다. 수십 개의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기종들에 사용된 CCD들에 결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앞에서 언급한 T1도 그 희생양 중 하나. 그래도 이러한 흑역사를 겪었기에 최고의 이미지센서 제조사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소니코리아는 본사 공식 발표 후 CCD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지금은 아마 종료되었을듯.




※ 참조 링크 : http://www.imaging-resource.com/badccds.html

(영문 페이지. CCD 결함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과 리스트, 워런티 관련 내용이 있다. 다만 서비스는 영미권을 위한 설명이 전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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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yeoreog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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