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5.12.19 10:11

카메라 기업 중 리코가 있다. 복사기의 대명사였던 신도리코의 그 리코 맞다. 광학 관련 제품에선 복사기를 비롯한 사무기기를 다루고 있고, 카메라 사업부는 GR, GR 디지털 시리즈로 적잖은 인기를 누리고 계시는 기업. 이 업체의 컴팩트류는 특이하게도 필름 카메라 시절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우려먹곤 했는데 대표적으로 GR 디지털 1~4 등등.(이후 상위기종인 GR, GR2에서도 계승된다) 리코 카메라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도 그 디자인을 처음 보고 "이야, 이런 녀석이 있었다고? 발로 찍어도 잘 나온다면 저거 하나 지르고 싶어지네" 하는 마음이 들었다.


리코 GX100은 이 GR 디지털 시리즈의 파생형 모델로 2007년에 출시되었으며, 2008년에는 후속기로 GX200이 나오기도 했다. GX100과 200의 차이는 센서가 미세하게 커지고 자잘한 마이너 그레이드가 되어있는 점. 기본적인 바디 형태는 거의 동일하다.


samsung | SHV-E300K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2.2 | 0.00 EV | 4.2mm | ISO-800 | Flash did not fire | 2015:12:16 11:32:49



박스는 이렇게 생겼다. 당시엔 호토시에서 리코 카메라를 수입 판매하였으나 이후 가우넷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세기피엔씨에서 시그마렌즈/카메라, 펜탁스 제품들과 더불어 판매 및 서비스를 관리한다.



samsung | SHV-E300K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2.2 | 0.00 EV | 4.2mm | ISO-400 | Flash did not fire | 2015:12:16 11:31:19




박스 개봉시엔 대략 이런 모양. 이전 판매자가 USB케이블을 빠뜨린 것 외에는 있을 건 거의 다 있다. 뷰파인더도 빠져있었으나 별도로 뷰파인더를 중고 구입, 번들킷 박스 세트를 완성하였다.



samsung | SHV-E300K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2.2 | 0.00 EV | 4.2mm | ISO-500 | Flash did not fire | 2015:12:16 11: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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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장비 + 옵션. 렌즈캡을 빼고 다시 붙이는 수고를 덜기 위해 설계된 전용 자동렌즈캡이 옵션으로 있고(렌즈캡 자리에 전용 후드나 경통을 붙이는 것도 가능), 별도의 전자식 뷰파인더도 있다. 액정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프레임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목을 위아래로 꺾을 수 있어 촬영 자세에 편의를 제공한다.


배터리는 의외로 오래간다. 하나 더 챙겼다면 2박3일도 문제없을듯.


메모리는 2GB를 JPG로 찍을 경우 상당히 많이 찍을 수 있는데, RAW+JPG 모드 촬영시(단독 RAW 저장옵션이 없다) 저장매수가 확 줄어든다. 16GB 메모리 소화가 가능하나 메모리 용량이 클수록 카메라 기동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2GB가 적당.(4GB부터 몸으로 느끼는 기동속도가 달라진다)



NIKON | E995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sec | F/3.6 | 0.00 EV | 17.2mm | ISO-400 | Flash did not fire | 2015:09:23 12:32:04




GX100의 전면. GR 디지털 시절의 외관을 그대로 빼먹은 디자인이긴 한데 팝업 플래시 모듈이 내장되어있어 디자인 밸런스는 GR 계열이 더 나은 듯 하다. 렌즈는 35mm 환산 24~72mm로 광각 영역을 넓게 지원하는데, 일반 디카와는 달라 넓게 찍는 것이 가능하다.


렌즈 외부에 적혀있지 않지만 센서 시프트식 손떨림 보정 기능(VC)를 내장하고 있어 약간 어두운 환경에서도 한 손에 들고 무난하게 찍을 수 있다. 이전에 삼성 NV10의 손떨림 보정 촬영기능을 맛보긴 했지만 손떨방 성능은 GX100이 더 좋다. 렌즈 밝기는 약간 아쉽다는 다른 의견들이 보이긴 한데, 출시 당시 카메라들과 비등대등한 편이라 개인적으로 큰 불편함은 없었다.




samsung | SHV-E300K | Normal program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2.2 | 0.00 EV | 4.2mm | ISO-1000 | Flash did not fire | 2015:12:16 11:24:58




수동 기능이 들어간 하이엔드랑 거의 비슷한 버튼구성인데 GX100에는 셔터스피드 우선 반자동이 없다. 조리개 우선 반자동은 지원. 어차피 A모드를 많이 쓰니 상관이 없으려...나? MY1, 2는 커스텀 세팅 옵션. 플래시 팝업 버튼은 기계식이라 전원을 켜기 전에 미리 팝업시킬 수도 있다.


전원을 켰을 때 구동속도가 빨라서 1초면 준비 끝. 컴팩트 카메라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거다. (메모리 영향이 약간 반영될 수 있다)


악세사리 슈에 별도의 대형 플래시를 꽂을 수 있고, 앞에서 살짝 등장한 전자식 뷰파인더를 저기에 꽂아 쓸 수 있다.




NIKON | E995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sec | F/3.9 | 0.00 EV | 9.1mm | ISO-273 | Flash did not fire | 2015:09:23 12:24:36



매크로 기능을 켠 모습. 1cm 매크로 촬영이 가능하다.

전원이 꺼져있을 때 초록색 재생버튼을 1~2초 정도 누르면 바로 저장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버튼마다 여러 잡다한 기능들이 있는데 입이 아파서...설명생략.


아, 가장 중요한 게 이 GX100에 필름모드가 있을까? 물론 없다. -_-;; 필름모드는 GR DIGITAL 4(GRD4)부터 지원되는 기능이니... 아쉽다면 후보정을 쓰는 수밖에. 물론 기본기는 무척 좋아서 그냥 쌩 JPG로 찍어도 잘 나온다.




아래는 발로 찍은 사진들이다.




RICOH | Caplio GX1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4sec | F/2.5 | 0.00 EV | 5.1mm | ISO-154 | Off Compulsory | 2015:09:23 12:22:36




AF 접사를 하기 골룸한 환경인 경우 수동 초점으로 찍어봤다. 그런데 모형 안에 들어있는 구조물을 저렇게 가까이서 들이대고 찍을 수 있는 카메라는 지금까지 써본 것들 중 리코카메라가 유일했다(확대경 모드로 무장한 소니 T1도 저런 레벨에 이르진 못했다). 폰카라도 초점을 제대로 못 잡아 버벅거리는 걸 감안하면 리코 카메라의 1cm 매크로 기능은 접사를 자주 써먹는 찍사들에게 매우 소중한 기능이 될 것이다. DSLR 서브용으로 정말 좋다.




RICOH | Caplio GX100 | Normal program | Pattern | 1/160sec | F/3.2 | 0.00 EV | 5.1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9:27 16:25:08



1cm 매크로의 다른 예시. 아스팔트 바닥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애벌레를 자동 초점으로 찍어봤다. DSLR의 매크로 렌즈 조합에 비하면 약간 뒤쳐지지만 확실히 서브용 컴팩트로 이만한 자세로 찍어주는 녀석 고르기는 쉽지 않다.



RICOH | Caplio GX100 | Normal program | Pattern | 1/400sec | F/8.9 | 0.00 EV | 15.3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9:27 16:25:45


RICOH | Caplio GX100 | Normal program | Pattern | 1/500sec | F/5.7 | 0.00 EV | 5.1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10:11 10:25:31




야외 사진도 선예도가 제법 쏠쏠하며 제 몫은 확실히 보장한다.




RICOH | Caplio GX100 | Normal program | Pattern | 1/25sec | F/2.5 | 0.00 EV | 5.1mm | ISO-154 | Off Compulsory | 2015:10:11 12:58:10


RICOH | Caplio GX100 | Normal program | Pattern | 1/30sec | F/2.5 | 0.00 EV | 5.1mm | ISO-141 | Off Compulsory | 2015:10:11 13:28:23




한 가지 문제를 굳이 들자면, 실내에서 오토 화이트밸런스(WB)가 심하게 튄다는 것이다. 2007년에 출시된 디카가 이렇게 심하게 화이트밸런스가 튀는 건 GX100이 유일했다. 2001년식 캐논 G2, 2002년식 쿨픽스 4300 등과 비교해봤을 때, 리코 GX100의 오토 화이트밸런스 잡는 능력은 굉장히 좋지 못했다. 녹색, 황색, 파란색 등등 조명 환경에 따라 심하게 색이 틀어지곤 했다. 때문에 흰 종이(휴지)를 항상 휴대하며 수동으로 화이트밸런스를 잡아줘야 했다. (라이트룸 등에서 캘빈값을 조절하는 방법으로도 해결 가능하나, 촬영시에 미리 WB를 잡아주는 것이 더 나아보인다)


위의 사진은 GX100으로 예배당을 촬영한 것인데, 일반 촬영시 답이 안나올 정도로 WB가 틀어지는 바람에 흰 휴지로 WB를 강제 세팅하였다. 약간 후보정이 들어가긴 했지만...


흑백사진을 찍는다면 WB는 해당사항이 아니긴 하지만. 리코의 흑백사진은 GR 시리즈가 히트하는 요즘 (주관이 반영된 의견이긴 해도) 호평을 받지만 GX100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밑에가 쌩 JPG다. 이만하면 훌륭하다.




RICOH | Caplio GX100 | Normal program | Pattern | 1/3sec | F/2.5 | 0.00 EV | 5.1mm | ISO-154 | Off Compulsory | 2015:10:11 12:25:07



지금 이 카메라는 내 수중에 없다. WB 잡는 능력이 발목을 잡은 것도 있지만 장난감 삼아 보유했던 카메라들이 여럿 있는 탓에 이들을 약간 정리할 필요가 있어 12월 16일 중고로 다시 팔려나간 것이다. 절대 이 카메라가 나빠서 정리해고(..)된 것이 아니다.


사실 이 리코카메라라고 하면 GR 시리즈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GX100도 WB 기능만 제외하면 상당히 훌륭한 카메라다. 중고장터에서 하이엔드 카메라를 싸게 사려고 할 때, 어중간한 브랜드보단 한번 속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리코 GX시리즈나 GR시리즈를 한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나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캐논 G2 이후로, 오랫만에 제대로 된 하이엔드를 만난 것 같다.

Posted by Byeoreogok